언어와 울음
임금은 자주 울었다. 압록강 물가에서 우는 임금의 울음은 조정 대신들과 선전관, 명군 총병부 관리들의 입으로 퍼졌다. 임금의 울음은 남쪽바다에까지 들렸다. 임금은 슬피 울었고, 오래오래 울었다. 피난 행궁이 들어선 의주목사의 동헌은 처마가 내려 앉고 마루가 삐걱거렸다. 골기와 틈새에서 잡초가 올라왔고, 대청 대들보 사개가 튀틀렸다. 강가의 행궁은 빈 절간처럼 적막했다. 밀물이 강을 거스를 때마다 밀리는 물은 소용돌이 치며 철썩거렸고, 강 건너편은 나라가 아니었다. 북쪽의 짧은 해가 일찍 저물어 밤은 길었고 겨우내 눈이 쌓여 길은 보이지 않았다. 차고 푸른 해거름에 소복을 입은 임금은 동헌 마루에 쓰러져 울었다. 의주까지 호종(扈從)해서 따라온 중신들은 임금을 따라 울었다. 평양에 적이 들어왔고 북경으로 ..
필사/칼의 노래
2011. 10. 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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